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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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의 반 쪽 승리로 그쳣던 '보톡스 분쟁'이 미국에서 메디톡스와 메디톡스의 파트너사 엘러간(현 애브비), 대웅제약의 파트너사 에볼루스 등 '3자간 합의'로 일단락됐다.

메디톡스는 미국 앨러간, 에볼루스와 대웅제약의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 판매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등 모든 지적 재산권 소송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3자 합의 계약을 맺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합의에 따라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는 아무런 제약 없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대신 나보타가 미국에서 팔릴 때마다 에볼루스가 일정 금액을 메디톡스와 엘러간에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메디톡스에 보통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또한 메디톡스는 에볼루스 상대로 제기한 미국 캘리포니아 소송도 철회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로 메디톡스와 엘러간이 수백억원대의 마일스톤과 나보타 판매액의 한자리수 %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대웅제약은 이번 합의의 당사자가 아니다. 메디톡스는 "이번 합의는 한국과 타 국가에서의 메디톡스와 대웅제약과의 법적 권리 및 지위, 조사나 소송 절차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합의에서 빠진 데 따라 로열티 등을 지급하는 의무에서도 제외된다고 전했다. 3자간 합의에 따른 것이므로 대웅제약이 아닌 에볼루스가 나보타의 매출 발생분에서 일부 금액을 메디톡스와 엘러간에 지급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합의는 메디톡스가 미국 ITC에 대웅제약을 보툴리눔 균주 관련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제소한 데 대한 최종결정에 관한 것이다.

미국 엘러간의 '보톡스'란 상품명으로 잘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은 식중독을 유발하는 보툴리눔균(菌)에서 추출한 독성 단백질로, 약한 근육 마비를 일으켜 주름을 펴고 눈 떨림을 없애는 효과를 낸다. 메디톡스는 엘러간에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품 기술을 수출했고, 대웅제약은 에볼루스를 통해 나보타를 미국에 판매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 등을 훔쳐 갔다고 보고, 2019년 1월 ITC에 공식 제소했다. 당시 메디톡스는 미국 파트너사인 엘러간과 공동 원고로 대웅제약과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를 제소한 바 있다.

메디톡스는 미국 내 허가받은 제품 없이 엘러간과 파트너 관계를 맺어왔으며, 대웅제약은 에볼루스를 통해 '나보타'를 미국서 허가받아 판매해오다 ITC 소송의 공동 피고가 됐다.

이후 미국 ITC는 지난해 12월 에볼루스에게 21개월간 대웅제약 나보타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판결했다. 다만 보툴리눔 균주가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예비결정에서 10년이었던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대한 수입금지 기간은 21개월로 단축됐다.

제조공정 도용 등의 혐의는 일부 인정했으나 오히려 메디톡스가 주장한 보툴리눔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반쪽 승리'에 그쳤다는 업계의 지적이 나왔었다.

대웅제약은 ITC의 최종 결정에 반발해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에 항소심을 제기했으나 이번 3자간 합의로 이 절차 역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ITC 소송은 최종 결정 이후에도 당사자들이 합의하면 소송 결과를 되돌릴 수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