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아밀로이드를 표적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의 승인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9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약물자문위원회(PCNS)는 지난 6일(현지시간)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아두카누맙의 신약 승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FDA 내부 심사관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지 이틀만이다.

자문위 회의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에 효능이 충분히 뒷받침하는가”라는 질문에 11명 중 1명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8명은 “아니오”로 답했고 2명은 기권했다. 또 “소규모 1b상 연구(study103)가 아두카누맙 효과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하는가”라는 질문에는 7명이 부정 의견을, 4명이 기권 의견을 내놨다.

바이오젠은 같은 디자인의 아두카누맙 임상 3상을 'EMERGE'와 'ENGAGE'로 나누어 동시에 진행했다. 하지만 두 시험은 상반된 결과를 나타냈다. EMERGE는 평가지표를 충족했지만 ENGAGE는 효과 입증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자문위는 실패한 3상 결과를 누락한 채 성공한 임상 3상만으로 결정을 내린다는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FDA가 자문위의 의견에 반드시 따라야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컨설팅전문회사 맥킨지에 따르면 자문위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받은 물질의 허가가 거절되는 경우가 86%에 달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FDA가 승인 보완서류(CRL)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며 “허가 거절 확률이 높아졌지만 승인받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FDA의 아두카누맙에 대한 최종 승인 여부 결정 기한은 내년 3월7일이다.

베타아밀로이드는 그동안 치매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베타아밀로이드가 다량 발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타아밀로이드를 표적한 치료제 후보물질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일라이일리는 2016년 11월 솔라네주맙 3상을 포기했다. 뇌 영상을 통해 베타아밀로이드가 제거됐음을 확인했지만 환자의 인지 기능은 회복시키지 못했다.

머크는 2017년 베루베세스타트의 임상 3상을 중단했다. 치매 환자의 베타아밀로이드를 최대 90%까지 감소시켰지만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두카누맙도 베타아밀로이드를 표적하는 신약후보물질이다.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아두카누맙 임상 3상은 2019년 3월 무용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중단됐다. 하지만 그해 10월 데이터 재분석을 통해 3상에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지난 8월 바이오젠은 아두카누맙에 대한 신약허가 승인 요청서(BLA)를 FDA에 제출했다.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피플바이오 퓨처켐이 주목받았다. 아두카누맙이 승인받으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CMO)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피플바이오와 퓨쳐켐은 알츠하이머 진단과 관련한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오후 1시32분 현재 전거래일보다 1.67% 하락하고 있다. 퓨쳐캠은 3.87% 급락 중이다. 피플바이오는 1.01%의 상승세다.

자문위 반대 의견이 알려진 지난 6일 바이오젠은 거래가 정지돼 있어 주가의 변동은 없었다.

김지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젠은 거래 재개 시 주가 하락이 불가피해보인다”며 “국내 업체들 역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