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국내 1위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의 직원이 회삿돈 1880억원을 빼돌린 초대형 횡령 사건이 터졌다. 국내 상장회사에서 벌어진 횡령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회계 관리가 엄격한 상장사인데도 석 달 가까이 거액의 횡령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오스템임플란트는 3일 “회사 재무팀장이 자신의 계좌에 운영자금 1880억원을 이체하고 잔액 증명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횡령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횡령 사건을 인지한 지난달 3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이 직원을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소했다. 횡령액은 이 회사의 자기자본(2048억원)에 버금가는 액수로 2020년 벌어들인 영업이익 981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회사 측은 이 직원이 작년 10월 집중적으로 회삿돈을 자신의 은행과 주식 계좌에 이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직원은 회사가 이런 사실을 인지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부터 별다른 이유 없이 출근하지 않고 잠적했다.

시가총액 2조원 규모 코스닥 상장사인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은 3일 거래정지됐다. 거래 재개 여부는 한국거래소가 오는 24일까지 결정하게 된다. 2만 명에 가까운 소액주주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회사 측은 “횡령액 회수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회사가 사건 발생 3개월여가 지나서야 뒤늦게 인지했다는 점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바이오벤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모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직원 개인의 단독 범죄”라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