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번역 한경바이오트랜스] [K바이오 프런티어] "줄기세포 뛰어넘을 차세대 재생 치료 기술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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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바이오트랜스 작성일 20-06-02 08:26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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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가 오가노이드 기반 신약 후보물질 개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제공
줄기세포 유전자 치료제로 박사 논문을 쓴 유 대표는 2015년 차의과대 의전원 교수로 임용됐다. 이때부터 오가노이드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는 생소한 분야였지만 신약 개발의 혁신적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기존 오가노이드 연구의 한계를 하나씩 풀어가던 그는 차그룹으로부터 창업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대학에 창업 장려 붐이 한창 불 때다. 그때서야 창업을 고민했다. "교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연구와 역할에 한계를 느끼고 있을 때였어요. 논문을 쓰는 연구단계까지는 국책과제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물질 특허도 낼 수 있죠. 하지만 그 이후 단계는 엄두조차 낼 수 없어요. 정부 지원만으로는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임상 등의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오가노이드를 제대로 이해하는 기업을 찾기 어려운 현실도 창업을 결심하게 된 배경이다. 그는 "설사 오가노이드 치료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더라도 제대로 연구개발(R&D)이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이었다"며 "창업은 연구가 사장되지 않게 하는 방법이기도 했다"고 했다.
유 대표는 2018년 10월 사재를 털어 창업했다. 대학 부임 후 3년 넘게 매달렸던 연구가 자산이었다.
◆오가노이드 '혁신 기술' 확보
오가노이드는 사람의 장기를 닮은 유기체다. 크기는 수백 마이크로미터(㎛)에서 최대 1㎜로 다양하다. 인체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재현할 수 있다. 인공장기를 만들거나 신약으로 개발할 수 있다. 항암제 등 새로운 약물을 개발할 때 동물실험이나 사람 임상에 앞서 약물효능평가에 쓸 수도 있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미니 뇌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오가노이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 치료제 등 기존 재생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을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하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나 마찬가지다. 기존 연구방법론으로 극복해야 할 기술적 한계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기존 오가노이드 배양기술은 매트리젤의 약점, 고가의 배양액 같은 요인 때문에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가노이드 지지체로 흔히 사용되는 단백질인 매트리젤은 비싼데다 의약품 생산에 사용할 수 없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경쟁력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3D프린팅 등을 활용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성체줄기세포를 쓴다는 점이다. 성체줄기세포는 장 신장 등 특정 장기를 만드는 능력을 가진 성체줄기세포는 장기로 만들기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유 대표는 "장 샘 간 등의 장기에 대한 오가노이드 제작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둘째는 오가노이드를 인체에 쓸 수 있도록 생산하는 기술이다. 대개 실험용 오가노이드는 종양 위험이나 효능을 제대로 내는지 등을 검증되지 않은 채 만든다. 이렇다보니 인체에 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회사의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인체에 쓸 수 있는 오가노이드 기술을 가진 연구자는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힌다. 일본 도쿄의대 와타나베 마모루 교수, 미국 신시내티대학의 제임스 웰스 교수 등이다. 지금까지 장 오가노이드를 사람 치료에 쓰겠다는 계획을 밝힌 과학자는 이들이 전부다. 현재 미국 유럽 등에서 진행 중인 오가노이드 임상은 대다수가 치료제 개발 임상이 아니다. 오가노이드 자체가 유효한지 동물을 통해 확인하는 비임상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오가노이드를 의약품 형태로 만드는 기술을 이미 확보했다. 유 대표는 "올 하반기에는 의약품 생산공정을 갖추고 임상시험용 오가노이드를 생산할 예정"이라며 "오가노이드 치료제 개발 속도는 세계적으로도 빠른 편"이라고 했다.
◆"2년 뒤 본격 임상 착수"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오가노이드 기반 기술로 다양한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아직 치료제가 없는 질환을 다루는 혁신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조기 임상 진입과 기술이전으로 수익성과 성장성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도 마련했다. 유 대표는 "낮은 종양 가능성, 대량 공급 가능, 간단한 시술 등 기존 줄기세포 치료제에 비해 오가노이드이 갖는 장점이 많다"며 "병변 부위의 손상조직 재생능력이 뛰어난데다 기존 재생치료제로는 어려웠던 질환으로까지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회사의 주력 파이프라인은 장 오가노이드 치료제다. 방사선 직장염 등 방사선 치료 때문에 생기는 장 질환, 크론병 등 장 염증성 질환 등이 타깃이다. 방사선 치료로 인해 발생하는 염증성 장질환 신규 환자는 국내서만 연간 1만여명에 이른다. 전세계적으로는 해마다 100만명이 새로 생긴다. 현재 근본적 치료법이 없다. 염증 완화 치료가 전부다. 크론병도 동물실험에서 재생효과를 확인했다.
장 오가노이드는 망가진 장 조직에 오가노이드를 주입해 망가진 부위가 재생하도록 하는 치료제다. 내시경으로 환자의 장 일부를 떼어낸 뒤 이 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찾아내 배양한 다음 오가노이드를 만든다.
올 하반기 동물실험에 들어가 내년 하반기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신청을 할 예정이다. 2022년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세계 최초 오가노이드 치료제로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유 대표는 "2023년께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할 것"이라며 "다국적 제약사 등에 기술이전하거나 공동 연구를 추진하려고 한다"고 했다.
샘 오가노이드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방사선 치료를 받은 두경부암 환자에게 생기는 침샘 기능 저하를 막아주는 치료제다. 유 대표는 "장 오가노이드 파이프라인 개발을 먼저 진행하고 샘 오가노이드 치료제는 6개월 또는 1년 늦게 개발일정을 조절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가노이드, 동물실험 대체할 것"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시장은 신약 개발 플랫폼 사업이다. 오가노이드가 신약 효능 검증에 유용한 도구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인체와 구조가 다른 동물실험 보다 훨씬 더 유효한 실험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다. 그는 "오가노이드로 평가하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 앞서 약물의 안전성은 물론 효능까지 미리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임상 실패로 인한 제약·바이오기업의 비용 부담도 크게 낮춰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임상 단계가 높아질수록 임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임상 3상에서 실패할 경우 큰 타격을 받게 된다"며 "실험동물보다 훨씬 사람에 가까운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면 임상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어 임상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동물 보호 등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동물실험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오가노이드가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 대표는 "오가노이드를 통한 약물 평가사업, 오가노이드를 키우는 배지 사업 등이 치료제 개발단계까지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2024년 코스닥 상장"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지난 3월 아주IB투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털로부터 80억원을 투자받았다. 지난해 5월 차바이오텍이 시드머니를 투자한 이후 기관투자자로부터 첫 자금조달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투자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은 사업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 대표는 회사 성장은 임직원 개개인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선 조직원들이 회사와 함께 꿈을 꾸고 비전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회사가 성과를 내면 임직원에게 충분히 보상하려고 한다"고 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2024년께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2022년 초 대규모 자금조달 계획도 갖고 있다. 유 대표는 "오가노이드와 인공장기, 바이오 3D프린팅 등 재생의료 전반을 아우르는 재생의료 전문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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