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번역 한경바이오트랜스] 식물성 플랑크톤 개발…미세플라스틱 분해해 '자연의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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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바이오트랜스 작성일 20-08-19 09:39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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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아침에 식사를 하고 양치질을 하면서 플라스틱 칫솔을 사용하고, 출근을 하면서 플라스틱으로 만든 신발을 신는다. 플라스틱이 없는 삶은 어쩌면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보다 더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플라스틱은 열이나 압력을 가해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는 고분자 물질을 의미한다. 대부분 가격이 저렴하고 원하는 특성에 맞게 가공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이 개발됐다. 음료수가 담겨 있는 플라스틱은 가볍고 물에 강한 페트를 사용한다. 택배상자 속에 들어 있는 완충재는 가볍고 푹신해 충격을 완충해주는 폴리스티렌을 이용한다.
이렇게 편리한 플라스틱은 화학적인 중합반응을 통해 작은 분자가 여러 개 이어져 만들어진다. 만드는 것은 간단하지만 반대로 분해하는 반응은 쉽지 않다. 높은 열과 화학 물질을 처리해 분해되는 플라스틱도 있지만, 수백 년에 걸쳐 분해되는 플라스틱도 있다.
분리수거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열을 가하면 형태가 변하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은 성질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렵다. 또한 열가소성 플라스틱이라고 하더라도 음식물과 같은 이물질이 섞여 있으면 재활용이 안 된다.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이 지구를 덮고 있는 것만으로도 무서운 일이지만 더 큰 위협이 있다. 해안가의 바위가 바람과 파도에 의해 모래가 되는 것처럼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도 작은 조각으로 쪼개진다. 이 작은 플라스틱을 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한다. 얼굴을 씻는 데 사용하는 폼클렌징이나 스크럽 제품에는 피부의 각질을 제거하기 위해 작은 플라스틱이 들어가는데, 이 역시 미세플라스틱이다.
미세플라스틱이 위험한 이유는 바다까지 흘러들어가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어류 등의 뱃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플랑크톤은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있는 1차 생산자이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은 점점 큰 수생생물로 옮겨간다. 중금속이나 방사능처럼 사라지지 않고 축적된 미세플라스틱은 결국 인간의 뱃속에 자리잡는다. 먹이사슬은 한 단계 위로 올라갈 때마다 먹이 섭취량이 제곱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수천, 수만 배 농축된 미세플라스틱이 전달된다. 이런 현상을 생물농축이라고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세포공장연구센터는 유전자 형질전환을 통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개발했다.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 단계에 있는 식물성 플랑크톤에 플라스틱 분해효소를 발현시킨 것이다.
플라스틱 분해효소는 2016년 발견된 페타아제라는 효소로, 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라는 박테리아에서 분리해냈다. 섭씨 30~40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높은 플라스틱 분해활성을 보이고 효소 하나만으로도 페트를 아주 잘게 분해할 수 있다.
연구진은 페타아제 효소의 유전자 서열을 식물플랑크톤에 적합하도록 바꾼 뒤 식물플랑크톤의 유전자에 삽입했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식물플랑크톤을 상위 포식자가 섭취하면 체내에 누적되는 미세플라스틱을 분해해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클로렐라, 스피루리나와 같은 식물플랑크톤은 이미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돼 있기 때문에 인체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
이처럼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분해가 잘 되는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분이나 단백질 같은 바이오매스를 기존 플라스틱 재료와 혼합해 쉽게 분해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용재 생명공학硏 세포공장연구센터 선임연구원
플라스틱은 인류 생활 전반에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급격히 증가한 수요와 무분별한 폐기로 우리의 삶을 위협하기도 한다. 인류와 자연, 플라스틱의 평화로운 공존을 오랫동안 누리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통해 플라스틱을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게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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