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번역 한경바이오인투] 바이오 벤처 손잡는 '辛의 승부수'…신약·CMO사업 동시에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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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바이오인투 작성일 21-03-23 08:23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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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4일 화상 회의 형식으로 열린 롯데그룹 임원 회의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신 회장은 각 계열사 사장단에 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한 혁신을 당부했다. 롯데그룹 제공
“작년과 뭐가 달라졌다는 겁니까.”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들이 요즘 가장 두려워하는 말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입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건 대로(大怒)에 가깝다”는 게 롯데지주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 1월 13일 사장단 회의에서 과감한 투자로 새 먹거리를 찾으라는 신 회장의 주문이 나오면서 변화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다. 롯데그룹이 바이오산업에 도전장을 낸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롯데그룹이 바이오산업 진출을 처음으로 검토한 건 작년 10월께다. 신 회장이 “롯데의 10년 성장을 이끌 새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달라”고 각 계열사 사장들에게 당부한 이후다. “쌍두마차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이 ‘쇼크’ 수준의 상반기 성적표를 받아 위기감이 팽배해 있었다”는 게 롯데지주 관계자의 전언이다. 롯데쇼핑은 작년 상반기 8조1226억원의 매출과 53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8%, 82.0% 줄었다. 결국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1% 줄어든 3461억원에 머물렀다. 그룹의 양 날개 격인 롯데케미칼 역시 작년 매출(12조2230억원)과 영업이익(3569억원)이 각각 19.2%, 67.8% 줄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롯데지주는 작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컨설팅사와 계약을 맺고 신사업 진출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롯데 측은 바이오 사업이 경기에 민감한 유통과 화학 중심 포트폴리오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는 경기에 덜 민감한 분야인 데다 미래 성장 가능성도 높다”며 “해당 분야 전문성이 높지 않더라도 막강한 자본력과 화학 사업의 생산 노하우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한미약품의 잇단 기술수출로 국내 바이오산업은 ‘전성기’를 맞았다. 삼성 LG SK 등이 오랫동안 신수종사업으로 키워왔던 바이오사업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로 성장했고 SK바이오팜은 미국 유럽 등에서 신약 허가를 받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등에서 코로나 백신 위탁생산을 따내면서 세계 바이오업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반도체와 화학 분야에서 쌓은 제조업 노하우를 접목해 단숨에 세계 시장의 주역이 됐다.
바이오·제약 계열사가 없는 롯데그룹은 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롯데그룹은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하는 롯데제약이 있었지만 2011년 롯데제과에 인수합병시키면서 제약·바이오 분야에 본격 진출할 기회를 놓쳤다.
SK그룹이 잇단 바이오 계열사 상장으로 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것도 롯데그룹에는 자극제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8일과 작년 7월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바이오팜 두 곳의 시가총액은 총 19조2389억원이다.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 9곳의 전체 시가총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롯데그룹이 바이오사업 진출 파트너로 바이오벤처 엔지켐생명과학을 선택한 이유는 신약 개발과 CMO 사업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엔지켐생명과학은 녹용에서 추출한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EC-18)을 개발 중이다. 항암제뿐 아니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구강점막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치료제로도 기대를 받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후보물질은 코로나19 치료제를 비롯해 4종이다. 여기에 자체 공장을 두고 원료의약품 CMO 사업도 하고 있다. 조영제, 항응고제 등 40여 종의 원료의약품을 생산 중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과 CMO 사업을 동시에 하는 바이오 회사는 별로 없다”며 “두 분야에서 오랫동안 기반을 다진 엔지켐생명과학이 적임자로 꼽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우섭/박동휘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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